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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드라마인데 이제야 정주행을 했습니다.
원래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로 야구 드라마라고 해서 색안경을 낀 것은 사실이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재방송으로 8회를 처음 시청하고서는 이어서 16부까지 종결했습니다. 물론 나머지는 결제의 힘을 빌려 보았지만, 도저히 1회를 보지 않고서는 숙제를 제대로 한 것 같지 않은 찝찝함에 1회부터 16회까지 다시 정주행을 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스토브리그에 빠지게 됐는지, 백승수단장의 신념과 말들, 그리고 야구가 갑자기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이 이상한 기분들.. 알고 싶어 져서 이렇게 포스팅으로 남겨봅니다.
극 중의 백승수 단장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의 심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나 자신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한번 나를 정비하게 됩니다.
백승수 단장은 어떤 인물인가?
이신화 작가님의 대본집에서 본 백승수라는 인물은 나처럼 여러분처럼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즐기면서 일해 본 적 없고 환희에 가득 차야 할 성공의 순간에 그는 한숨을 돌린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강자라면 그는 해당되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 앞에서 조금의 여유라도 부렸다면 그에게는 한 번의 실패가 기록됐을 것이고 그 한번의 실패가 그를 주저앉혔을 것이다"
"힘 있는 사람의 옆에서 그 힘을 빌릴 뻔뻔함도 없거니와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유연함도 없다"
"한번 굽히면 평생 굽혀야 하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도미노처럼 몰려온 자신의 불행한 과거가 부당함에 저항하지 못한 나약했던 본인의 온전한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는 이 시대에는 잘 쓰이지 않는 '합리'라는 허름한 무기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
"'강해야 한다' 이 말이 머릿속 세포마다 박혀있는 사람이다"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대본집의 초반 등장인물의 약간의 소개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 인물에 깊이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나는 강하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또 그때마다 마인드 컨트롤하듯이 "나는 강하다"라고 되새기기를 여러 번..
하지만 다시 좌절을 맛보게 되고, 살아보려고 바둥대고 몸부림쳤던 과거의 내 모습이 자꾸 연상됩니다.
한번 굽히면 평생 굽혀야 된다는 것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결국 굽힙수 밖에 없었고,
힘 있는 사람 옆에서 그 힘을 빌릴 뻔뻔함도 없었던 나였기에 혹독하게 스스로 매질을 했었고.
환희에 가득 차야 할 성공의 순간에 한숨을 돌렸다는 글 한 줄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분이 터질 뻔했습니다.
매일 걱정과 염려 불안으로 초고도의 긴장감을 안고 있지만 너무도 뒤 쳐져 있다는 나름의 평가 속 성적표에 열심히 했지만 아직 멀었어라는 느낌은 나를 더욱 채찍질을 해 댑니다.
야구에 대해 일도 모르지만 드라마 이후 야구가 보고 싶어진 것은 아마도 야구게임보다는 그 속이 결국 처절한 전쟁터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부분이 현실 세계와도 나의 인생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드라마 속 백승수 단장의 속을 후려지는 대사들이 과거 내 입에서 나오지 못했던 말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서 그의 대사 중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명대사들만 모았습니다.
백승수 단장의 명대사.
1. "889-29-10101010 은행 계좌번호도 아니고 8등 8등 9등 2등, 그리고 4년 연속 10등. 이 역사를 같이 하신 거죠. 코치님들 이 정도면 이 바닥에선 공무원입니다"
2. "변화는 필요합니다. 임동규 선수 대신에 강두기 선수가 왔습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저는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도려내겠습니다.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3. "아까..
감독님도 계셨습니다.
스카우트 팀장한테 감독 자리 얘기하신 거....
그거 들으셨을 겁니다."
4. "1년 전 일을 처벌한다기보다는 문제없이 넘어간 그 일을 되짚어서 그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팀장님은 고세혁 팀장을 믿습니까?
확인도 없이 정에 이끌려서 그럴 사람 아니야. 그게 믿는 겁니까?
그건 흐리멍덩하게 방관하는 겁니다.
확실하지 않은 근거... 그걸 확실하게 확인할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저는 아무 의심도 없는 흐리멍덩한 사람하고 일하기 싫습니다.
차라리 나까지도 의심하고 확인하세요."
5. "그렇게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1년 뒤에도 야구 잘 모르는 게 창피한 거 아닙니까?"
6. "최소 무능,
가능성 높은 건 무책임한 직무유기,
최악의 경우 아직 전례가 없는 프로팀 스카우트 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7. "고쳐야죠. 소 한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8. "우리 팀에 뽑혔어도 신인왕을 했을 거라는 건 결과론입니다. 치밀한 분석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훨씬 확률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입니다."
9. "내가 약하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니까요. 옆에 있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거죠"
10. "계약을 하다 보니까 화가 나던데요? 당신들이 터무니없이 깎은 돈에 아랫놈들끼리만 이렇게 진흙탕 싸움을 한다는 게 그 진흙탕 싸움에서 이기고 나니까 더 화가 나고
이렇게 즉흥적으로 줄 수 있는 돈 때문에 우리 협상과정에서 얼마나 서로 자존심을 건드리고 얼굴을 붉히는지 생각해 보시죠"
11. "적당히 하는 게 안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무조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저는"
12.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
말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없던데요.
후회합니다 그때를.
말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근데 정상적인 조직이면 제가 말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둡니다."
13.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부끄러워할 건 없어도,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좀 민망하죠."
14. "저도 알아요 제가 억지 쓴 거.
이 난리를 통해서 선수들이 저에 대한 반감으로라도 올해만큼은 자율훈련을 하겠죠.
감독님 리더십에 힘을 실어드리고 싶기도 했고"
15. " 1985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지리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초봉이 10만 달러예요. 지금 환율 기준으로 1억 천만 원이 넘죠 왜 그런지 아세요?
그 졸업생에 마이클 조던이 포함이 됐거든요. 평균의 함정에 속지 마세요."
16. "합리적인 것 말고는 손에 쥔 무기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부연설명 없이 대사만 적었지만
알고 이해하신 분들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면에서는 정말로 닮고 싶으면서도, 또 어느 면은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인물이었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면서 큰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많은 자극을 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아마도 저의 이 포스팅은 나만의 저장장치로 생각하면서 두고두고 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꼭 보세요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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